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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매상’ 연합뉴스는 규모나 전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그 구성원 중에는 관록 있는 그 분야 전문기자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벌어진다. ‘설마, 그럴라고!’ 탄식이 절로 나올 일.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은 금관가야 최대 고분군으로 지난해 용 문양의 화려한 금동제 허리띠, 방패 장식인 파형동기(波形銅器), 말방울 등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 [관련기사 : 연합뉴스 /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에 선정]

우수한 워드프로세서 ‘한글’ 시스템을 (기자가) 너무 믿은 탓이었을까? ‘파형’을 한글로 쓰고 한자 변환키를 누르면 波形이란 한자 단어 하나만 제시된다. ‘물결모양’이란 뜻이다. 파도라고 할 때의 ‘파’다. 국어사전도 마찬가지다. 국어사전은 일반적인 단어를 다룬다. 

파형은 고고학 용어다. 소용돌이[巴] 또는 바람개비 모양의 구리그릇이라는 골동품 이름 파형동기(巴形銅器) 얘기다. 이런 단어는 전문서적이나 그 분야 사전(용어집)에 나온다. 세상 좋아져서 우리나라 포털회사는 이런 전문정보까지도 모아 태산만큼 쌓아두고 누구라도 펑펑 쓰게 한다. 백과사전 민족문화대백과 고고학사전 등 어디서나 이 말이 설명돼 있다.

 

   

▲ 3월 12일자 연합뉴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에 선정> 기사

 

 

렇지 않더라도, 언론인은 자신이 쓰는 기사의 내용을 그 출처(소스)나 전문가에게 꼼꼼히 따지는 작업을 벌인다. 어떤 기자라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부가 부족하면 고객인 독자에게 (무언의) 꾸중을 듣게 된다. 심하면 언론의 신뢰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공부나 신뢰 따위의 거창한 개념 들먹일 것도 없다. 실은 인터넷에서 잠깐 확인만 했더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간단한 오류였다.  

문제는 더 있다. 정작 이 일을 보도해 달라고 경상남도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는 이 ‘파형’이란 말이 없다. 왜 자료에 들어 있지도 않은 말을 (잘못) 써서 이런 ‘지적질’을 당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일 열심히 하다 양념이 좀 과했나? 확인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제점 또 하나, 2013년에도 이 기사 관련 연합뉴스 기사에 이 ‘파형(波形)’이 또 나온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이 부분 자못 심각하다. 이 언론사(기자)는 내부 또는 외부의 반응 즉 피드백을 전혀 받지 못하고(않고) 있다. 3년 전의 틀린 글자를 오늘 또 쓰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 통신사의 기사는 그 회사와 계약한 언론사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전재(轉載)한다. 통신사를 ‘언론사의 언론사’라고 하는 이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합뉴스와 이를 따른 여러 매체들의 ‘파형(波形)’을 보고 혹은 오해하거나 또는 웃었으리라. 그렇게 중요한 ‘기사’의 잘못을 보지 못했거나, 지적하여 고쳐 달라 요구하지 않은 경상남도도 문제다.

관련기사를 보도한 신문 중에는 ‘파형’에 한자를 아예 넣지 않았거나, ‘파형(바람개비모양)’이라고 제대로 표현한 경우도 있다. 그 언론사의 이런 오류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경남 김해 함안과 경북 고령 등지의 가야시대 고분군이 우리 정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다. 경남은 앞으로 해당 지자체, 문화재청 등과 함께 이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르도록 노력하게 된다.

다른 한자어도 그렇지만, 고유명사나 전문용어의 한자를 정확하게 쓰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말 중 상당수가 한자의 의미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글은 뜻을 전하기 위해서 쓴다.       

   

▲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장

 

 

< 토/막/새/김 >
파형동기는 낙동강 중하류지역 ‘철(鐵)의 왕국’ 가야의 역사에서 중요한 유물이다. 파(巴) 글자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그 글자의 옛 모습이 소용돌이나 바람개비를 닮았다고 하여 고고학 유물의 이름으로 쓰이게 됐다. 볼록한 원판에 여러 판을 붙여 바람개비 모양을 만들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 (일본) 바다 속의 생물을 본뜬 모양이라고도 한다. 가야가 왜(倭)와 활발하게 교류한 증거의 하나로 제시된다. 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파형동기는 고대 일본의 흔한 유물이다. 방패 등을 장식하는데 썼다.  

 

 

 

 

 

 

 

   
▲ 가야의 고분에서 출토된 좌우 길이 12cm인 파형동기.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