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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에 답함|

[기고]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에 답함

 경향신문 2015.03.16 

 

 심재기 l 전 국립국어원장·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지난해 9월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 정도를 병기해 교육할 것이라는 새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그동안 한글전용 정책의 결과로 인한 불완전한 의사소통으로 말미암아 국민 전체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이 부조리한 어문생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에서 온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자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와 단체들이 한자 병기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나섰다.

우리는 그들의 종래 주장이 얼마나 편협하고 비문화적, 비역사적인가를 누누이 지적하며 그 국수주의적 옹고집을 타일러 왔기에 그들 주장의 불합리성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하는 자식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으로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되고 거짓된 것인가를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국어의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문제. 국어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국어가 국어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운용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수십년 한글전용을 시행한 결과, 한자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의 언어문자 생활에서도 무지와 오해로 말미암아 엄청난 소통장애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한 어문생활이요, 국어가 국어다운 모습으로 운용되는 것인가? 기초한자를 습득함으로써 그러한 폐단을 씻어내자는 것은 국어를 국어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부활은 국어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하는 것이지 결코 국어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둘째, 국어교육이 뒷걸음질 친다는 문제. 국어교육이 무엇인가? 우리말을 바르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글전용으로 일관한 그동안의 국어교육이 과연 바람직한 어문생활, 곧 바르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는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 파행을 고쳐보고자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지난날의 잘못을 고쳐보자는 것이지 결코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니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어난다는 문제. 이 주장은 마치 한자 학습만이 학습 부담을 늘어나게 한다는 말처럼 보인다. 먼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1950~1960년대에 초등학교 한자 학습의 부담을 이유로 이를 폐지하자는 논의를 한 적이 있는가? 그때의 한글전용 주장은 학습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적 자주성 같은 국수주의적 이론이었지 교육과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날 초등학교 영어 학습이 시작될 때, 그것이 학습 부담을 늘린다고 반대되었는가? 오히려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한자교육의 부활도 세계화의 흐름과 민족문화의 고유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몇 백자의 학습은 국어교육의 필수항목은 될지언정 학습 부담 운운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풍토에서 언제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1980년대에 급격한 한글전용 현상이 생긴 것은 출판계, 언론계의 상업주의 논리와 교육계의 편의주의 논의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지 그들이 주장하는 국민 주도의 문자혁명으로 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오늘날 한자혼용의 타당성에 귀기울이며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재개하자는 것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벗어나려는 진정한 의미의 거국적 문자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한글전용이 통용되는 분야에까지 굳이 한자혼용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자를 알아야 한글전용의 문자생활도 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필요한 만큼의 한자혼용을 하루빨리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손들에게 한자교육의 포기로 말미암아 세계화하는 한국이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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