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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은 서양 라틴어에 비견되는 표현수단”|

"문은 서양 라틴어에 비견되는 표현수단"

인문학토양 척박한 울산에서 지역주민과 소통

울산저널 용석록기자 2015.07.30

만났습니다 _ 한문학자 성범중 교수

나이 들수록 인류 문화현상에 관심 깊어져

10년 동안 집필한 <역주 목은시고> 애착

 

문학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문학이든 한글문학이든 자료 확보와 연구자 확보라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울산 한문학은 이 두 조건 모두 제대로 갖추어졌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도 울산에서 활동하는 한문학 연구자를 소개하라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성범중 교수(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다.  

 

사람_성범중 교수

성범중 교수가 언양 작천정에서 지역주민에게 작천정과 작괘천 바위에 새겨진 한시를 풀이해줬다. 웃는 모습이 천상 시인이다. ©용석록 기자

 

성범중 교수를 태화루와 한시 관련한 취재로 두 번 만났다. 성범중 교수는 18세기 이후에 울산지역에서 간행되거나 편집된 문집이 제법 많지만 이런 자료가 제대로 소개되거나 번역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성 교수는 “우선 일차 자료를 확보하여 그것을 제대로 번역하여 한글세대들이 읽고 감상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울산지역의 척박한 인문학 토양을 안타까워했다.

 

성범중 교수가 낸 책은 <역주 목은시고)(전12권, 공역), <태화루시문>(공저), <국역 학성지>, <한시 속의 울산 산책>, <울산지방의 민요 연구>(공저), <국역 울산효열록> 등이 있다. 성 교수는 울산대 국어국문학부가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채록해 정리한 <울산울주지방 민요자료집>을 펴내기도 했다.

 

성범중 교수는 울산지역 역사문화 번역본 가운데 오역된 채로 일반인에게 제공된 사례를 바로잡기도 했다. 누군가가 권근의 <태화루기>를 번역하면서 ‘남루’와 ‘서(루)’ 2개의 태화루가 있었던 것처럼 번역했다. 성 교수는 그 대목을 ‘누각의 남쪽 부분이 이미 허물어지고 서쪽 부분도 썩어 흔들리는 것을 보고’와 같이 풀이했다. 이 외에도 동국여지승람 등 오역 부분을 바로잡았다.

 

성범중 교수는 30년 가까이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요즘 대학생들이 인문학과 멀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취직할까 만을 고민하다보니 요즘은 실용성을 내세운 교육이 대세라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성 교수는 대학에서 한문학을 강독한다. 한문은 150개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 한다.

 

성 교수는 “한문은 중세보편의 문언(文言)으로서 서양의 라틴어에 비견되는 표현수단”이라고 말한다. 한문으로 기록된 문집이나 잡기, 역사서 등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륜과 도덕, 학문과 가치, 문학과 역사, 일화와 취락 등을 다룬 수많은 글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한문학은 물질만능 생활을 내세우는 현대인들이 삶을 돌이켜볼 수 있도록 하고, 사회와 개인의 비리를 지적하는 촌철살인의 표현이 담겨 있기도 한 인문학의 보고라도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류의 보편적(또는 특수한) 문화현상과 그 의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듯해요.” 그래서인지 성 교수는 요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작은 인간>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다시 읽기도 했다.

 

성 교수가 집필한 책 가운데 스스로 애착이 많이 가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여운필, 최재남 교수와 함께 작업한 <역주 목은시고>(총 12권)다. 이 책은 세 명이 10년에 걸쳐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숙식을 같이 하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하는 작업은 반구대 집청정에 소장된 <집청정시집(集淸亭詩集)> 역주작업이다. 성 교수는 “이 시집은 조선후기에 반구대와 집청정을 찾았던 경향 각지의 시인 280여 명이 쓴 한시 400여 수를 수록하고 있어서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책”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현재 전국과 울산을 병행해 한문학을 연구한다. 한문학 연구 외에 한문 번역 작업은 주로 지역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성 교수는 1987년부터 울산대학교 국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가 1999년 울산지역 한시 양상을 살피다가 책을 썼더니 울산시가 ‘울산광역시사’ 처음 만들 때 도움을 요청, 한문학 관계된 시사 편찬에 참여하기도 했다. 성 교수는 지난해에 울산시 학술과학기술부문 시민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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