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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漢字)를 배운 초등 1학년 외손자에게 찾아온 변화는?|

한자(漢字)를 배운 초등 1학년 외손자에게 찾아온 변화는?

조선일보 조갑제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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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유학을 가서 비로소 한자(漢字)를 배운 청년이 한 말이 이러하였다. 
 "한자(漢字)를 알게 되니 세상이 명료(明瞭)하게 보입니다."
 
 언어는 사물(事物)을 인식하는 안경이다. 안경의 초점이 맞지 않으면 세상과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 한자(漢字)와 한글을 혼용하면 초점이 맞는 안경처럼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확하게 사고(思考), 행동할 수 있다. 한글과 한자(漢字)를 두루 아는 사람은 한글만 아는 사람보다 더 똑똑해진다. 더 출세한다. 돈을 더 번다. 좋은 품성(品性)을 갖게 된다. 
  
  외손자를 키워보니 한자(漢字)를 배워가면서 어휘력(語彙力)과 사고력(思考力), 그리고 분별력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實感)한다. 문제는 부모와 학생은 한자를 배우는데 어른들이 신문, 출판, 간판, 교과서에서 한자를 쓰지 않으니 배운 것도 잘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 지구상에서 어른이 아이들의 언어(言語) 교육을 방해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상한 것은 외국어(外國語)인 영어 교육은 장려하면서 국자(國字 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교육은 한사코 막는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한 반민족적 사대주의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이들이 민족주의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외손자가 학교에서 한자(漢字) 교육을 받았다. 한자 어휘력이 빨리 느는 게 놀랍다. 인도(人道), 자동차(自動車), 홍수(洪水), 강풍(强風), 수공(水攻), 열풍(熱風), 석궁(石弓), 전광석화(電光石火), 일도양단(一刀兩斷)을 읽고 의미를 안다. 조어(造語) 능력도 함께 발달한다. 눈 雪(설)을 가지고 설원(雪原), 설여(雪女), 설화(雪花)라고 낱말을 만든다. 바람 풍(風)으로 조어(造語)를 하여 나에게 덤빈다.
 
   “할아버지, 강할 강, 바람 풍, 강풍(强風)이 간다. 받아라!”
   내가 “지킬 방(防), 간판 패牌), 방패로 막았다”고 하면 “또 받아라”하고, 이렇게 말을 만든다. 
   “번개 전, 불 화, 전화(電火)를 받아라.”

   내가 “바다 해, 바람 풍, 해풍(海風)으로 막는다”고 하면 또 이렇게 나온다. 
   “강할 강(强), 큰 대(大), 돌 석(石), 부술 파(破), 강대석파를 받아라.”
 
   내가 “좋다. 물 수, 막을 방으로 막는다. 수방(水防)이다”라고 하면 금광전속(金光電速), 토풍(土風), 암흑철권(暗黑鐵拳), 광속풍(光速風), 광속유탄(光速流彈), 강철도파(鋼鐵刀破), 화염방사기(火焰放射器) 등 별별 무기가 다 등장한다. 한자를 이러 저리 둘러대면서 멋대로 무기를 조어(造語)하는 것이다. 
  
 생각이 가는 대로 이런 말도 한다. 
   “흙 토(土), 봉할 봉(封), 흙에 파묻어버린다.”
   “미칠 광(狂), 병 병(病, 몸 신(身), 광병신(狂病身).”
   “빠질 익, 죽을 사, 몸 체, 익사체(溺死體).”
 
   한자(漢字)의 무한한 조어(造語) 능력을 실증(實證)한다. 3000자의 한자를 알면 상호 조합(組合)에 의하여 수십 만 단어를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옆에 있는 딸에게 '야동, 야동 하는데 무슨 말이고?'라고 물었다. 딸이 여덟 살 아들(오정석 吳政錫)이 옆에 있는 것을 의식해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난감해 하였다. 이 순간 정석이가 나섰다. 한자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 '야동'을 몰라? 밤 야(夜), 움직일 동(動)이잖아. 밤에 움직이는 놈, 도둑이야, 도둑!'
  
  *만 열 살(초등학교 4학년)이 된 정석이가 며칠 전 수학여행 일정 표를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외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나는 수학이 싫은데 왜 하필 수학여행이야? 과학여행이었으면 좋겠다."
  "야, 그 수학은 數學(수학)이 아니고 修學(수학)이야. 여행하면서 공부한다는 뜻이야."
  "할머니, 그런데 점심은 중국식이고, 저녁은 돌솥 비빔밥이래! 야, 신난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조식-중식-석식'으로 되어 있었다. 정석이는 자신의 한자 지식에 비추어 중식(中食)을 중국식, 석식(石食)을 돌솥밥으로 이해한 것이다. 
  
  나는 정석이와 같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신문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도 정치에 관심이 많아 1면부터 읽었다. 당시 신문 기사는 한자어(漢字語)를 거의 전부 한자(漢字)로 표기하였다.
 
 지면(紙面)이 새까맣게 보였다. 그렇게 신문을 정독(精讀)하면서 어른들에게 물어가다가 보니 어느 새, 저절로 한자의 문리(文理)가 트이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아도, 신문을 통하여 저절로 한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이들이 많다. 신문이 교과서였다. 한자의 위대한 장점은 '자주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점'이다. 
  
  외손자처럼 유치원 시절부터 열심히 한자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지만 일상 생활에서 어른들이 한자를 말살하여 배운 한자도 잊어먹게 만들고 있다. 아이는 정상적인 말, 그것도 교양어(敎養語)를 배우려 하는데 어른들이 악을 쓰고 막는다. 그런 면에선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OECD의 문장이해력, 즉 문해력(文解力) 조사에서 한자혼용(混用)을 하는 일본인은 세계 1등이고 한자를 배척한 한국인은 평균 이하이며 고급 문서 이해력은 꼴찌권이다. 문해력이 높으면 수치이해력도 높아지고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도 높아 소득, 취직, 건강, 사교성에서도 유리하다고 한다. 아이들에 대한 漢字 교육을 막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는 이들인데 한국에는 너무 많다. 정신이 병 들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혼(魂)은 국어에 담기는데 그 그릇을 깨고 있는 것이다. 
  
  외손자에게 "왜 아이들은 한자를 배우려 하는데 어른이 막으려 하는지 알겠어?"라고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한자(漢字)를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게 되니까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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